카테고리 없음 / / 2023. 12. 1. 21:47

영화<플로렌스>, 귀여운 음치 소프라노 줄거리, 감상 포인트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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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으로 인한 상실과 허무의 시대를 우스꽝스러운 노래로 위로를 전해준 음치 소프라노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영화 플로렌스의 줄거리, 감상포인트와  평가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음치지만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상속녀, 플로렌스

영화 <플로렌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면에서 더 가슴에 와닿는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성악가이며 베르디 클럽의 설립자,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1868년~1944년)는 미국의 실제 인물입니다. 그녀에게 음악이란 생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녀는 베르디 클럽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 외에도 브룩클린 오케스트라의 에우테르페 클럽도 후원하면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을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그녀는 훌륭한 음악가들이 자금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면 모든 공연비용을 내놓기도 하는 등 음악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적극 나섰습니다. 음악 사랑이 넘치다 보니 그녀는 클럽 모임에서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상황극 주인공을 하기도 했고 직접 공연을 개최해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요란한 장식이나 날개가 달린 화려한 의상을 직접 디자인해 즐겨 입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남편이자 매니저인 멋진 남자 베이필드가 있지만 그에게 아파트를 마련해 주고 따로 삽니다. 그 아파트에서 베이필드는 연극배우인 젊은 연인과 동거를 합니다. 하지만 베이필드는 플로렌스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플로렌스 역시 베이필드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왜 따로 사는 걸까요? 그 이유는 그녀는 첫 남편에게서 매독이 옮아 죽을 고비를 넘겼고 매독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플로렌스와 베이필드는 육체를 초월한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예술에 있어서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부부입니다.

역사상 최악의 소프라노 가수의 탄생

그녀는 음악후원자로서 음악계에서 유명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며 사니 그녀만큼 행복한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레슨을 받기로 합니다. 레슨 첫날, 꽤 유명한 지휘자가 지도해 주고, 꽤 놓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무명피아니스트 맥문이 반주를 합니다. 지휘자는 오페라 <라크메>에 나오는 아리아를 부르자고 권합니다. 어려운 노래이지만 "당신에게는 별 거 아니죠" 라면서 말이죠. 맥문이 전주를 하자 플로렌스는 "좀 더 알레그레토로 해줘요"라고 까다롭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맥문은 바짝 긴장한 채 다시 연주합니다. 곧이어 그녀의 입에서 괴상망측한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맥문은 당황한 나머지 넋 나간 표정을 지었지만 지휘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좋아요! 공기를 이용해서 호흡에 얹어요. 내뱉으면서···. 표정에 신경 써요. 우렁차게, 입에도 표정을 풍부하게, 횡격막을 더 열고···. 좋아요 좋아···." 들어주기엔 너무도 괴로운, 도저히 노래라고 말할 수 없는 플로렌스의 실력이란, 맥문으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지휘자는 열심히 가르치고 플로렌스는 열심히 괴성을 지릅니다. 그녀의 표정과 제스처는 또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요. 지휘자가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해요!"라고 말하자 플로렌스는 겁먹은 초등학생의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이 최고였어요!"라고 지휘자가 칭찬하니 그녀는 행복해합니다. 지휘자는 오히려 맥문을 노려보면서 "최고라면서?" 왜 이렇게 연주를 못하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호텔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 맥문은 기이한 상황을 곱씹으면서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립니다. 플로렌스는 음치에 작치, 음악치의 지존이었습니다.

감상 포인트 

"부인 성대는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프레이징은 막무가내예요. 게다가 부인의 성문하압은 의학적 미스터리라 볼 수 있죠" 맥문은 참지 못하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베이필드는 "아내의 성대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네. 하지만 베토벤도 말했듯이 음정 몇 개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부른다는 게 중요한 거지"라고 대답합니다. "저도 평판이란 게 있는데 연습반주만 하면 안 될까요?"맥문은 사정합니다. 최악의 음치인 플로렌스가 성악공연을 하겠다 나섰고 그런 그녀와 함께 무대에 서기 창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를 한없이 격려하고 정성껏 보살피는 베이필드는 그녀가 성공적인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즉 어떤 관객도 그녀를 비웃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도취되어 노래하는 그녀와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코미디 그 자체였습니다. 베이필드가 그녀의 환상을 깨지 않고 격려하는 이유는 베이필드 자신의 사연과 더불어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 첫 만남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 번의 공연으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스튜디오로 가서 음반을 녹음해 제작하더니 이런저런 사건들 끝에 급기야 카네기홀을 덜컥 예약하고 맙니다. 무려 삼천 명의 객석이 있는 그 큰 무대를 말입니다.

영화의 평가

맥문은 카네기홀이라는 말을 듣고 난리가 납니다. 베이필도도 그녀를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너무도 뜻깊고 타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네기홀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하는 베이필드에게 그녀는 말합니다. "윈스턴 처칠이 그런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면 지금 버킹엄 궁전 발코니엔 히틀러가 서있을 거예요" 공연 당일, 플로렌스가 특별 초대한 천 명이나 되는 재향군인들은 술에 취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유명 신문사의 음악기자였습니다. 그 기자는 플로렌스에 관한 소문을 듣고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나 베이필드의 수완 덕에 그녀의 비밀을 몰랐는데 드디어 그녀의 노래를 듣고 만 것입니다. "내 생전 저렇게 한심한 음악은 처음이다. 진실을 밝힐 거다. 저런 부인을 꼬드겨 구경거리로 만든 당신도 악한이나 다름없다"기자는 격분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장병들이 즐거워했단 게 진실 아닌가요?" 베이필드가 지지 않고 말했지만 기자는 "음악은 중요한 것이며 조롱거리가 되어선 안 된다"라고 더 화를 냅니다. 기자와 베이필드 중에 누구의 말이 옳다고 판단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그 많은 군인들을 위로해 준 것도, 플로렌스가 매독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50년이나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음악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숨을 거두며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플로렌스>는 이미 한 차례 각색된 적이 있습니다. 2015년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로 제작되었으나 그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카네기홀'에서의 공연 장면은 할리우드 감각으로 완벽하게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미 영화 <맘마미아>에서 노래실력을 인정받았던 메릴 스트랩이었기에 플로렌스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이렇게 노래를 못하다니 보는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요. 이 영화는 그녀의 매력과 연기력이 무한대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해 주었습니다. 로맨스 영화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휴 그랜트의 연기 또한 감미롭고 믿음직스럽습니다. 여기에 코믹한 연기의 사이먼 헬버그의 풍성한 표정과 피아노 연주가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들의 완벽한 호흡이 세계대전으로 인한 상실과 허무의 시대를 음악이 어떻게 위로해 주었는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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